“혈압약은 자기 전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더라.”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약 시간을 바꾸려는 사람도 많은데, 영국에서 2만 1,104명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한 대규모 시험(TIME 연구) 이 이 통념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 글은 두 개의 큰 연구가 왜 엇갈렸는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정리합니다.
먼저 결론: TIME 연구에서는 혈압약을 아침에 먹든 저녁에 먹든 심근경색·뇌졸중·혈관 사망 같은 주요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다만 이는 한 연구의 결과이고, 처방받은 시간은 임의로 바꾸지 말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세요.
TIME 연구는 어떻게 했나
*Lancet* 2022년에 실린 TIME(Treatment in Morning versus Evening) 연구는 영국에서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 방법: 참가자를 무작위로 저녁(20~24시) 에 모든 혈압약을 먹는 군과 아침(6~10시) 에 먹는 군으로 나눴습니다. 스스로 보고하거나 국민건강서비스(NHS) 기록으로 결과를 찾았고, 판정 위원회는 어느 군인지 모르는 상태로 판정했습니다.
- 대상: 2011년 12월~2018년 6월에 2만 4,610명을 선별해 2만 1,104명(저녁 1만 503명, 아침 1만 601명)을 배정했습니다. 평균 나이 65.1세, 남성 57.5%, 이전에 심혈관 질환이 있던 사람 13.0%였습니다.
- 추적: 중앙값 5.2년.
- 주요 결과: 혈관 원인 사망, 비치명 심근경색, 비치명 뇌졸중으로 입원한 경우를 합친 것입니다.

결과: 차이가 없었다
주요 결과가 생긴 사람은 저녁 복용군 362명(3.4%), 아침 복용군 390명(3.7%) 이었습니다. 100환자·년당 사건은 저녁 0.69건, 아침 0.72건이고, 보정 전 위험비는 0.95(95% 신뢰구간 0.83~1.10, p=0.53) 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안전성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의 해석은 환자에게 평소 먹는 혈압약을 “불필요한 부작용이 가장 적은 편한 시간”에 먹어도 된다고 안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기 전”이 유행했나: Hygia 연구
그에 앞서 스페인의 Hygia 연구(*European Heart Journal* 2020)는 반대 결과를 냈습니다. 고혈압 환자 1만 9,084명을 취침 전 복용군과 기상 직후 복용군으로 나눠 약 6.3년 추적했더니, 취침 전 복용군에서 심혈관 주요 결과의 보정 위험비가 0.55(95% 신뢰구간 0.50~0.61)로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크기가 비슷한 두 연구가 정반대 결론을 낸 것입니다. 2025년 *Journal of Hypertension* 리뷰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취침 전 복용은 야간 고혈압이나 혈압이 밤에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유형(비강하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 그러나 TIME 같은 대규모 시험은 아침과 취침 전 복용의 심혈관 결과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혈압 리듬이나 동반 질환이 다른 환자에서 최적의 복용 시간은 아직 불확실하다.
즉 “자기 전이 무조건 낫다”는 말은 근거가 갈리고, “시간은 상관없다”는 말도 모든 환자에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그 뒤의 연구들은 어떻게 됐나

- BedMed(캐나다, 2024년 유럽심장학회 발표): 메디칼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아침에 약을 먹던 환자를 취침 전 복용으로 바꿔도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입원·사망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 원 논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OMAN(중국 15개 병원, *JAMA Network Open* 2025): 새로 혈압약을 시작했거나 2주 이상 쉬었던 720명을 올메사르탄 20mg과 암로디핀 5mg 복합제를 아침 또는 취침 전에 12주간 먹게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취침 전 복용군의 밤 수축기 혈압이 평균 3.0mmHg, 이완기 혈압이 1.4mmHg 더 낮았고, 목표 혈압 도달률은 79.0% 대 69.8%(p=0.01)였습니다. 그러나 낮 혈압, 24시간 평균 혈압, 야간 저혈압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고**,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지는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고혈압학회 관계자는 같은 보도에서 올메사르탄 단일 성분 연구라 실제 환경을 반영하기 어렵고 TIME은 자가 보고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짚었습니다.
- **2026년 체계적 문헌고찰(*Health Science Reports*): 취침 전과 아침 복용을 비교한 무작위 시험 5건(3만 6,477명) 을 합치자 주요 심혈관 사건(위험비 0.71, 95% 신뢰구간 0.43~1.15)과 전체 사망(0.76, 0.50~1.16) 모두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시험 간 이질성이 매우 컸고(I² 90% 초과), 저자들은 하루 한 번 먹는 혈압약은 생활 방식에 맞는 시간에 먹을 수 있고 순응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 **같은 해 네트워크 메타분석(*Annals of African Medicine*): 5개 무작위 시험(4만 6,477명)을 평가하면서 Hygia와 MAPEC은 편향 위험이 높고, TIME과 BedMed는 일부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분적인 취침 전 복용이 가장 낫다는 순위가 나왔지만, 저자들 스스로 탐색적이고 가설을 만드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리하면 “자기 전에 먹어야 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큰 시험들에서 재현되지 않았고, 야간 혈압이 높거나 밤에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일부 환자에서만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 가능성도 심혈관 예후 개선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TIME 이후 나온 ESC(유럽심장학회) 2024 지침이 복용 시점의 이점이 없다고 보고 편한 시간에 매일 같은 시간에 먹기를 권고했다는 내용도 같은 보도에 나오지만, 지침 원문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 약 시간을 임의로 바꾸지 마세요. 처방한 의사나 약사에게 “지금 먹는 시간이 괜찮은지” 먼저 물어보세요.
- 같은 시간에 거르지 않고 먹는 것이 시간 자체보다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TIME의 결론도 ‘편해서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 야간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었거나 24시간 혈압검사를 받았다면 복용 시간 조정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이 경우는 위 연구들에서도 가능성이 남은 영역입니다.
- 약 종류에 따라 어떤 시간이 더 적합한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변을 늘리는 이뇨제는 저녁에 먹으면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될 수 있어 복용 시간을 상의해야 합니다. 이 점은 야간뇨의 원인 글에서도 다뤘습니다.
- 집에서 아침·저녁 혈압을 기록해 가면 진료에서 약 시간과 용량을 조정하기 쉽습니다. 혈압 기준은 고혈압 증상과 진단 기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
- TIME 연구는 영국에서 진행됐고 참가자의 90.5%가 백인이었습니다.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TIME은 개방형(참가자와 의사가 군을 아는) 시험이고, 추적 중 모든 추적을 중단한 사람이 저녁군 5.0%, 아침군 3.0% 였습니다.
- 두 연구를 직접 비교해 어느 쪽 설계가 더 믿을 만한지는 이 글에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 한국의 고혈압 진료지침이 복용 시간에 대해 무엇을 권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내 혈압 위험이 궁금하다면 고혈압 위험 자가진단을 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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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ancet(Mackenzie 등, TIME 연구) · 2022.10.11 발표
- European Heart Journal(Hermida 등, Hygia 연구) · 2020.12.01 발표
- Journal of Hypertension(Li 등, 복용 시간 리뷰) · 2025.04.23 발표
- 메디칼타임즈(OMAN 연구·복용 시기 논란 보도, 언론 보도) · 2025.07.11 발표
- Health Science Reports(취침 전 vs 아침 복용 체계적 문헌고찰) · 2026.01.08 발표
- Annals of African Medicine(복용 시간 네트워크 메타분석) · 2026.09.25 발표
